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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여행/미국 서부 여행

[미국 서부여행] 그랜드캐년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 South Kaibab Trail 트래킹

짠~
네, 안녕하세요 짠내부부입니다.

다음날 아침 조금 늦잠을 자고 10시쯤 나와 가장 먼저 비지터 센터를 찾아 갔어요. 그랜드 캐년 안에서는 각 건물들마다 거리가 있는 편이라 저희는 차를 타고 비지터 센터 옆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갔습니다. 그나마 아침시간이어서 자리가 좀 있었지만 트래킹 끝나고 오후 3시쯤 나오니 주차장이 꽉 차 있더라구요.
비지터 센터는 트래킹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직원에게 상담을 받고 있었고, 저희는 기다리면서 지체할 수 없어 브로셔만 가지고 나왔습니다.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 코스와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 코스 중 사우스 카이밥으로 결정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코스를 정하고 트래킹을 시작하기 전 늦은 아침식사를 하려고 옆에 있는 매점을 찾아갔어요. 이 안에서 초코바나 샌드위치, 커피, 스낵류들을 팔고 있었어요. 다른 곳으로 가려면 멀리 걸어가거나 차로 이동해야 해서 그냥 이곳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서 먹고 출발합니다.

 아침은 바람이 차서 조금 추운감이 있었습니다. 긴팔을 입었는데도 그늘에 가만히 있으니 춥더라구요. 그렇지만 이내 12시가 다 되어가기도 하고 햇빛으로 나가 트래킹을 시작하니 점점 더워집니다.

먼저 비지터 센터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트래킹을 시작하는 포인트인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헤드로 갑니다. 그랜드 캐년 트래킹 코스는 보통의 등산과 다르게 먼저 내려갔다가 나중에 올라와야 하는 구조에요. 그래서 그랜드캐년을 위에서만 보지 않고 아래로 내려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어제 본 석양아래의 그랜드 캐년과는 또다른 웅장함이 저희를 반겨줍니다. 뷰포인트에서 보는 것보다 좀 더 가까이에서 그랜드 캐년을 느끼고 만지고 오는 기분이 듭니다.

트레일 코스는 잘 닦여 있습니다. 계단도 만들어져 있어 언덕에서 운동화로도 미끄럽지 않았어요. 내려가는 길은 아직 오전이기도 하고 절벽이 많이 가려져 길에 그늘이 많습니다. 그리고 내려가는 코스이기도 해 힘들지 않게 신나게 내려갈 수 있었어요.

절벽 안쪽으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갑니다. 건조한 기후에 바위들도 사막의 모래색이에요. 그래서 등산이 끝나고 나면 신발과 양말에 붉고 고운 모래가 잔뜩 쌓입니다. 빨기 힘들 것 같으면 버릴 운동화를 신고 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제 진짜 뷰 포인트에서 보는 그랜드 캐년보다 가까운 느낌이죠. 바위의 결이나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무서움, 자연의 경이로움이 동시에 들어옵니다.

고도가 높기도 하고 기후도 건조하고 절벽이라 그런지 식물들이 뾰족뾰족하고 거친 느낌이 듭니다 키도 작구요.

장난치다 발 헛딛으면 바로 낭떠러지니 조심해서 다녀야 해요. 길도 두명이 겨우 지나갈 너비로 점점 줄어드는만큼 조심해야합니다.

이곳에서도 다른 데서 많이 만난 청설모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 헤드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포인트는 우아 포인트에요. 우아포인트까지는 가벼운 복장으로 어린아이들도 부모님과 함께 많이 옵니다. 그래서 사람이 가장 많이 붐벼요.

절벽을 따라 구불구불 내려와서 만나는 탁트인 첫 포인트라 우와하게 만든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을까요.

OOH AAH라는 영문에서 처음 이 곳을 이름지었던 사람의 감탄이 느껴집니다.

포인트가 넓진 않은데 사람은 많아서 사실 조금 복잡스러워요. 길도 좁고 포인트도 좁은데 앉을자리가 따로 마련된 것도 아니어서 저희는 거의 바로 지나치다시피 했다가 올라올 때 다시 쉬어갔습니다.

다음 포인트는 시더릿지 포인트입니다. 지도 상에 화장실이 있다고 표시되어 있어서 쉴만한 곳일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내려갔어요. 사실 내려가는 길은 크게 힘들진 않았지만 올라올 땐 큰 힘이 되는 곳이 앉을 곳입니다.

시더릿지에 도착했습니다. 팻말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습니다.

이미 우아포인트를 지나면 사람이 확 줄어들어요. 그리고 시더릿지는 광장처럼 넓게 트인 공간이어서 작은 나무 그늘에서 쉬거나 화장실이라고 하는 건물 그늘에 앉아 쉬었다 가야 합니다.

잠깐 앉아서 바나나와 초코바로 당충전을 하려고 하는데 까마귀들이 위협을 가합니다. 앉아서 먹다가 결국 도망쳤어요...올라올땐 청설모가 위협을 가해 다른 아저씨의 샌드위치를 뜯어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물을 충분히 가져가서 먹어야 합니다. 저희는 한 사람당 500미리정도만 가지고 갔는데 시더릿지까지 4분의 1을 마시게 되더라구요. 올라갈 땐 더 필요하기 때문에 1리터 씩은 가져가야 멀리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기만 해도 건조한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물은 필수에요. 화장실이 있다고 해도 4시간 동안 물을 1리터 마셔도 화장실 생각은 전혀 안들거든요.

이제 다시 다음 포인트를 향해 떠납니다. 시더릿지에선 이렇게 모뉴먼트처럼 생긴 바위가 하나 보여서 감상하면서 쉬는 맛이 있었습니다.

사실 포인트가 없으면 길이 지루하게 느껴져 금방 올라왔을거에요. 그런데 중간중간 포인트들이 있으니 그걸 목표로 삼고 가 정복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구글맵으로 우리 위치를 파악해 갔어요.

그렇게 조금씩 지쳐하며 시더릿지 포인트를 넘어가는 중 나귀들을 만났습니다. 가이드가 중간중간 포인트에 멈춰 설명을 해주고 나면 서로서로 엮여 있는 나귀들이 관광객들을 태우고 저벅저벅 산길을 올라갑니다.

어른들은 이렇게 나귀투어를 하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실 것 같아 보였어요. 그치만 무서울 것도 같았던게 이렇게 좁은 길을 나귀를 탄 높이에서 보면서 가는 건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힘들겠더라구요. 나중에 오르막을 오를 땐 이 나귀들을 애타게 찾고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내려가면서는 이 나귀들이 지나가면서 싼 오줌과 똥을 피해가느라 궁시렁거리게 되더라구요.

좁은 길에 똥이 한가운데 있으니 잘 피해다녀야 합니다. 냄새도 많이 나구요.

어찌저찌 절벽길을 지나니 양쪽이 확 트인 평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절벽길을 걷다가 평지를 만나니 기분이 확 좋아지더라구요.

이렇게 평지를 만났다는건 스켈레톤 포인트에 다 왔다는 증거입니다. 스켈레톤 포인트에서는 조금이나마 콜로라도강이 보이고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절벽에 걸터앉아 바람을 쐬면서 열기와 땀을 식힙니다.

이제 그랜드 캐년의 허리쯤까지 내려온 것 같습니다. 이제 그랜드캐년이 내려가야 할 곳이 아닌 올라야 할 산으로 보이니까요. 이 때부터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까 그길 어떻게 다시 올라가지....

강을 만나러 가는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더 내려가려고 했으나 다음 포인트인 티포프로 가는 길 초입에 만난 할아버지께 물을 얻어먹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한국어가 쓰인 수건으로 땀을 닦고 계셨던 할아버지는 물이 무거우셨는지 우리에게 물을 나눠주셨습니다.

 처음엔 나중에 드실 물 우리가 뺏는것 같아 극구 사양했지만 힘이들어 좀 덜어내시려는 것 같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올라갈 때 생명수가 되었어요.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 인사하고 싶었지만 우리보다 건강하신 할아버지는 이미 한참 올라가셔서 만날 수 없었습니다. 금방 내려가던 길을 틀고 다시 올라갔는데두요.

올라가는 길은 정말 한국에서 등산하는 것보다 배로 힘들었습니다. 고도가 높은데다가 이제 한창 더울시간인 1시가 넘어가니 너무 힘들더군요. 물도 거의 떨어져가고 계속 걷다 쉬고 걷다 쉬면서 겨우 우아포인트까지 올라갔습니다. 우아 포인트에서 트레일헤드까지 가는길엔 자꾸 아내에게 괜찮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마지막엔 거의 기다시피 갔거든요.

그러고 나서 나중에 보니 어깨에는 빨간 화상을 입어 옷이 닿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랜드캐년 트래킹 시 필수로 챙길 것은 선크림을 아주 많이 바르는 것 또는 해에 닿지 않게 잘 싸매고 가는 것과 길게 가려면 물을 1인 1리터씩은 챙겨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나중에 올라갈 것을 생각해 체력안배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힘들고 화상도 입었으나 다음엔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코스로 한 번 더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다음에 뷰포인트에서도 내가 걸었던 트레일 코스가 잘 보이니 더 즐거웠거든요.

잠시라도 트레일코스를 걸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